짧은 후기
올 해 2월부터 12월까지, 마침내 길고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처음에는 포상휴가 받을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대회였지만, 뜻밖의 행운과 기회를 만나 과분한 무대까지 밟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나도 항상 일을 벌리는 데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분명 공군 입대 후에는 느긋하게 공부와 운동으로 시간을 녹일 샘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관성적으로 또 다른 어마어마한 대회를 밟고 있다니.. 분명히 부담감도 그 어떤 대회보다 심했고 머리 싸맬 일도 많았던 대회였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모든게 다 추억이 될 것 같다. 지금은 그저 좋은 기회를 소개해준 군대 동기와, 열심히 준비해준 우리 팀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연말이기도 하고, 그동안 도전 K-스타트업에 오기까지의 발자취를 한 번 정리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임라인 형식으로 한 번 기억을 되돌아보려고 한다.
대회 진행 방식
아무나 바로 도전 K-스타트업에 진출할 수 있지 않다. 각 부처별 예선 리그가 있다. 우리 팀은 국방 리그 소속으로, '왕중왕전 (예비창업리그)' 까지 진출하여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저 위의 장표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국방 리그 대표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육해공 각 군의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한 뒤, 3군 통합 대회인 '국방 Start-UP' 챌린지에서 수상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우리 팀은
공군 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 -> 국방 Start-Up 챌린지 (창의상) -> 도전 K-스타트업 통합본선 -> 도전 K-스타트업 왕중왕전
순서로 무대를 밟게 되었다.
✈️ 공군 창업경진대회
어느 날 같은 부대의 친구가 이 대회를 처음으로 소개해줬다. 그 친구와 나는 특성화고 출신으로, 예전부터 공모전이나 피칭, 발표 등 경험이 많은 편이었다. 공군 창업경진대회 역시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대회라고 생각을 했고, 무엇보다 1등을 하면 포상휴가 '5일'을 준다는 말에 현혹되어 팀원 네 명을 모아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거의 즉흥적으로 구성한 팀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이후 대회에서 '팀 역량' 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음에도 거의 어벤져스 급 팀을 꾸렸던게 참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공군 창업경진대회 후기는 이전 포스팅에서 이미 다뤘던 만큼, 이번에는 팀 빌딩 과정에 대해 더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공군 창업경진대회 후기는 아래 포스팅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팀 빌딩
A - '팀장, 그리고 공돌이들로 가득한 팀 가운데 유일한 문과'
: 이 친구 없었으면 절대 여기까지 못 왔을거라 생각한다. 창업 대회는 '이 물건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팔 건지' 설명하는 대회다. 대체로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팀은 '이 물건이 왜 필요한지' 까지는 잘 설명하는데, '어떻게 팔 건지' 를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도 우리와 경쟁했던 많은 팀들이 이 부분을 간과해 탈락했다. 경영에 일가견이 있는 팀장 덕분에 각종 시장 분석, 수익 창출 방안, 경쟁사 재무제표 분석 등을 수월하게 해낼 수 있었다.
B - '나, 그리고 아이디어 제안자'
: 나 스스로를 자랑하려니 조금 웃긴데, 나 역시도 '나 아니면 못했을걸?' 싶은 자신감은 있다. 우리 팀의 아이템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제안하였고, 기술과 관련된 발표자료 제작과 Q&A 준비를 맡았다. 우리가 제안한 아이템은 'AI 딥보이스 방지 솔루션' 인데, 과거에 대학교 때 AI 음성 합성 앱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생각이 미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딥페이크에 비해 딥보이스에 대한 관심이 미비하던 시기였기에, 기술적 트렌드를 읽고 이를 사업화 아이디어로 제안했던 점이 지금 돌이켜봐도 잘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C' - '컴공 출신, 논리적인 조율자'
: 전체적인 프로젝트를 조망하고 어시스트하는 능력이 훌륭했다. 도전 K-스타트업은 대회 특성상 거의 9달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여러 대회를 거쳐 최종전으로 올라간다. 그렇기에 피벗도 자주 일어나고 다루는 내용도 방대해지기 때문에 교통정리를 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C는 상대적으로 대회 경험은 적었지만 특유의 차분하고 이성적인 성격으로 팀의 방향성을 제시해주고는 했다. 그 외에도 외부 팀원과 컨택해주거나 디자인 시안 제작, Q&A 대비 등 많은 역할을 맡아주었다.
'D' - '과고/카이스트, 스펙 괴물'
: 군대에서 광대같은 모습만 많이 봐서 그렇지, 속으로는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대회 중간부터는 사실상 하차했지만, 팀원 소개 페이지에 나열된 이 친구의 화려한 경력과 스펙은 그 존재만으로 1인분을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대회 평가 기준에 '팀 역량' 이 있다. 이게 결과론적인건지, 아니면 진짜로 학력이 평가 대상인건지는 모르겠지만, 대회 상위권 팀으로 올라갈수록 죄다 설카포, 의대, 해외대학 출신이 가득했다. 이 친구가 있었기에 조금은 부족할 수도 있는 우리 팀의 스펙이 더 보충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얼떨결에 꾸려진 팀이었지만 대회를 진행하면서 팀 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팀은 나에게도 의미가 깊은것이, 항상 조별과제에서 '캐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책임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도전 K-스타트업은 호흡이 긴 대회다. 준비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체력적/심리적으로도 많은 에너지가 쓰인다. 이걸 혼자서 다 해내려 했다면 부담감에 못이겨 포기했을 것 같다. 우리 팀 팀장의 미친 실행력과 결단력 (얘도 내가 볼 땐 대학교때 조별과제 많이 캐리했을 것 같다) 덕분에 내가 프로젝트에 권태가 왔을 때도 어느정도 커버가 되었던 것 같다.
🎖️ 국방 Start-Up 챌린지
우리는 앞선 공군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각 군 수상팀에게는 '국방 Start-Up 챌린지' 참가 자격이 생긴다. 이 대회에서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소속 수상 팀들이 올라와 겨루게 된다.
우리는 당연히 공군 창업경진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거둔 상태였기에 기세등등하게 3군 통합 대회에서도 잘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그 기대에 부응하듯, 국방부 대회 본선과 최종전을 거치며 최종 25팀 안에 들어 '국방부 대회 결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이제 워크숍 및 순위 결정전만이 남아있었다. 우리팀은 이러다 1등하는 것 아니냐며 낙관과 희망에 젖어있었다.
아아. 인생은 생각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생각보다 더 큰 난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우리 팀이 간과한 사실은 두 가지가 있었는데,
1. 공군에만 천재들이 있는게 아니다.
2. 우리는 생각보다 완벽하지 않다
라는 것이다. 사실 공군 창업경진대회 때만 해도 다른 팀의 발표를 볼 일이 없었다. 비공개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아예 주최 측에서 KB 증권 연수원에서 2박 3일간의 워크숍을 마련해주었는데, 이 때 처음으로 다른 팀의 발표자료를 볼 기회가 생겼다. '세상은 넓고 천재들은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특히 예상외로 육군, 해군 팀이 생각보다 훨씬 잘했다. 인구가 많아서 그런걸까? 이름만 들어도 입이 벌어지는 해외 명문대 출신은 물론, 의료 서비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참가한 의대생 등.. 이전보다 더 경쟁 팀들의 수준이 올라온 것이 느껴졌다.
멘탈이 제대로 갈려나가는 3일이었다. 우리 팀의 자료는 고쳐야 할 점이 너무나 많았다. 제일 심각했던건 기술성, 비즈니스 모델 부분이었다. 당시에 우리 팀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3가지 아이템을 개발하겠다고 하였는데, 너무 아이템이 많은 나머지 주제가 통일되지 않고 난잡한 느낌을 주었다. 멘토 분들이 각 팀들을 돌아다니며 직설적인 피드백을 해주셨는데, 거의 모든 멘토 분들이 '1) 이게 그래서 무슨 아이템인지 2)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다는건지 모르겠다' 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대수술을 감행했다. 처음에 제안했던 3가지 아이템을 1가지로 줄이고, PPT와 시장분석, 매출액 예상까지 대부분을 뜯어고쳤다. 그것도 단 이틀만에. 그 과정에서 발표 대본도 꼬이고, 팀장은 바뀐 대본을 외우느라 밤새고.. 와중에 의견이 안 맞는 부분이 있어서 한참 동안 설전을 벌이기도 하고... 어지러웠다 정말!
그럼에도 해야만 했다. 워크숍 마지막 날이 바로 대회 발표였다. 멘토 분들의 지적은 분명 타당했고, 그들의 시선이 곧 심사위원의 시선과 비슷할 것이므로. 최선의 수는 뜯어고치는 것 밖에는 없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 팀은 입상 (창의상) 을 수상하는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일단 최종전 25팀 안에는 든 상태였기 때문에 도전 K-스타트업 예선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이때 대회 주최측에서는 계속 대회를 진행할지, 포기할지 결정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이 무렵에는 우리 팀도 상당히 지쳐있었고, 이전 대회의 여파로 사기가 바닥난 상태였다. '대회를 그만두면 군대에서 더 자기계발을 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왜인지는 몰라도, 이 무렵 불현듯 대학 친구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힘 닿는 곳까지 해보자."
🇰🇷 도전 K-STARTUP 2024 통합본선
우리 팀은 국방 리그에서 최종전을 거쳐 25팀 안에 들었다. 이제 다시 25팀 중 5팀 안에 들어야, 비로소 도전 K-스타트업 2024의 입장권을 얻을 수 있었다.
오히려 지난 대회에서 탈탈 털렸던 덕분일까. 고쳐야 할 점이 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 대회에서 들었던 피드백 중 가장 쓰라렸던 것은 "그래서 이게 뭐하는 아이템인데요?" 였다. 열심히 온갖 자료와 사업화 전략과 아이템을 이야기해도, 심사위원 머릿속에 일치된 그림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패한 피칭일 것이다.
더욱이 심사위원도 사람이다. 수많은 팀을 평가하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분야의 아이템, 용어들을 계속 접하게 된다.
'우리만 이해하고 있는 사업 아이템' 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세 가지의 변화를 주었다.
1. 분산된 여러 아이템을 추려 'MVP 모델' 로 장표 앞 부분에서 먼저 소개
2.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 영상 (목업) 자료 삽입
3. '실질적 성과' 를 보여줌으로써 미사여구를 생략
대회를 진행하며 이음길이라는 곳에서 주관하는 멘토링을 받고 있었는데, 멘토님의 피드백이 많은 도움이 됐다.
멘토님은 3번을 강조하셨는데. 이전 대회 수상팀들을 보면 '투자 의향서' 나, 'OOO 대회 입상', '특허 출원' 등 무언가 사업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꼭 하나씩은 들어가있었다. 하다못해 어떤 사람과 악수를 하는 사진일지라도, 'OOO 기업과 협업 진행중' 이라는 표현이 붙으면 "이 팀은 진심으로 준비하고 있구나" 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와 팀장은 우선 '이 기술이 산업에서 필요한지', '이런 기술이 있다면 협업할 의향이 있는지' 등을 알아보기로 했다.
중소기업, 대학교 랩실, 공군 유관 기관 등.. 둘이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여러 곳에 무작정 연락을 돌려봤고, 감사하게도 몇몇과 미팅이나 가벼운 전화를 나눌수 있었다. 물론 기대했던 대답만을 들었던 것은 아니고, 가끔은 팩폭도 맞으면서 참 힘들었다. 그럼에도 계속 주워들은 이야기들이 나중에 발표자료를 구성하고 보완하는 데에 큰 재료가 되었던 것만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것 말고도 예상 실행화면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이미지나 영상 자료를 더 추가하였고, 중요한 내용은 순서를 바꿔 앞에서 소개하는 등 발표자료 전반을 다듬었다. 그렇게 다시 준비하여 도착한 발표장.
발표를 끝내고 나와서 든 생각은
"아. 여기까지구나.."
나는 기술 관련된 Q&A를 맡았었는데, 심사위원 중 한 분이 조금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사실 다른 것보다, 모르고 있던 기술 용어가 나와서 질문 자체를 이해를 못한 상황이었다. 어찌저찌 대답은 했지만, 그 질문 이후에 갑자기 찾아온 침묵. 그리고는 가벼운 스몰토크 식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거 더 이상 질문할 필요 없으니까 대충 시간 때우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표장을 나오고 너무 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만 좀 더 잘 대답했으면 어떻게든 되었을 것 같은데.
준비가 부족했던걸까?
수고했다는 인사를 마치고, 다시 평범한 군대 일상이 이어졌다.
그렇게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이제 이 대회도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나 싶었다.
그러다가 사무실에 전화가 왔다.
"야, 우리 붙었다"
알고보니 횡설수설했다 생각했던 내 답변은 생각보다 틀린 내용은 아니었다. 앞에서 비즈니스 등 다른 질문들을 받았던 팀장이 답변을 잘 해줘서였을까. 아니면 아이디어 자체가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어떤 이유에서였건 우리는 왕중왕전 진출 통보를 받았다. 당시에는 기쁜 마음보다는 얼떨떨한 느낌이었다.
어.. 이거 이래도 되는거 맞아? 같은 느낌.
🇰🇷 도전 K-STARTUP 2024 왕중왕전
지금껏 국방 리그의 팀들만 만나왔는데, 왕중왕전에 올라와서야 처음으로 다른 리그에서 올라온 팀들을 보게 되었다. 학생 리그, 여성 리그, 연구자 리그 등.. 다양한 분야의 팀들 중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거둔 팀들이 올라와서 그런지 다들 준비를 엄청 많이 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회 전에 오리엔테이션 느낌으로 진행한 '도전 K-스타트업 사전 미팅' 행사에서는 발표 순서 추첨, 작년 수상팀의 강연 등이 있었다. 이렇게 기회와 자리를 마련해주는 걸 보면, 우리나라가 굴지의 창업 팀들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데에 진심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우리 팀이 이렇게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올라와도 되는건지 조바심도 들었다. 적어도 자리에 걸맞는 팀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느꼈던 것 같다.
우선 발표 자료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PPT 외주를 맡겼다. 돈을 들여서라도 외주를 맡긴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군대 사지방에서 PPT 제작이 쉽지 않다는 점이 제일 컸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미x캔버스 같은 온라인 캔버스를 활용하거나, 집 컴퓨터에서 작업하는 방식이었는데 너무 생산성도 낮고 시간도 많이 들었다. 확실히 결과물이 이뻐지긴 했는데, 비용도 많이 들어서 조금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
왕중왕전을 준비할 때는 이전까지 받아온 여러 멘토링 피드백을 리뷰하면서 다듬는 데에 힘을 많이 쏟았다. 이전까지 국방 전직교육원이나 대회 주최측 연계 기관 등을 통해서 여러 멘토링 기회가 있었는데 전부 다 참여했던 것 같다. 발표자료 구성에 관련된 부분부터, 피칭 할 때 발음이나 톤 등등 디테일한 부분을 짚어주었던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사실 통합본선부터 왕중왕전까지의 기간은 기억이 별로 없다. 이 무렵에 비상계엄 사태도 터지고 이래저래 엄청 어수선한 분위기였는데, 다행히 대회 진행에는 문제가 안생겨서 차질없이 대회를 준비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참 이번 한 해 무슨 일이 많기는 했구나 싶다.
대회를 준비할 때는 Q&A 준비에 더 힘을 많이 쏟아서 어떤 질문이 들어오더라도 대답할 수 있게끔 노력했다. 어차피 발표자료 관련된 부분은 이전까지 대회에서 사실상 어느정도 입증을 받은 상태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피칭이나 Q&A 등 외부적인 요소에서 당락이 결정될거라고 생각했다.
발표장은 코엑스 컨퍼런스 E룸에서 모두 외부 공개로 진행이 되었다. 기억에 남는건 발표장에 DJ 분이 오셔서 직접 디제잉까지 하는 등 분위기가 마냥 엄숙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바깥에서는 COME UP 2024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스타트업 관계자, 외국인들이 엄청 많았는데, 정말로 대회장에 온 게 아니라 어떤 축제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내가 일반인이라고 해도 이런 행사장에 온다고 하면 여러 신생 기업들과 차세대 기술을 접할 수 있어 구경할 맛이 났을 것 같다. 이 자리에 있으니 넷플릭스 드라마 '아케인'에 나온 진보의 날 행사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발표 차례는 생각보다 금방 왔고, 준비한 것 그대로 무난하게 발표를 끝마쳤다. Q&A도 준비한 범위 내에서 나왔고 막힘없이 대답했다! 전부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에도 팀원들끼리 모여서 이 정도면 잘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후련한 마음도 잠시, 청중 평가단의 중간 평가가 실시간으로 중계가 되기 때문에 행사장에 조금 더 남아있었다.
우리 팀의 점수는 76.1점.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았기에 조금 더 기대를 걸어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심사위원의 평가가 더 중요하기에 섵부른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은 거의 1년간의 준비를, 모두 이 자리에서 털어냈다는 생각이 들어 후련했다. 발표가 끝나자 긴장이 풀려 행사장 바닥에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던 것 같다. 한 해 중에 이렇게 도파민이 넘쳤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하하..
바로 다음 날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우리 팀은 특별상(입상)을 받아 8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처음에는 일병 계급장을 달고 시작했던 대회가, 어느덧 옆에는 전역해서 민간인이 된 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진을 찍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안팎으로 많이 배우고 성장했던 대회였다. 경쟁 상대로 많났던 많은 팀들은 그 가운데에서도 항상 무언가를 배울 수 있었고, 또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또 호흡이 긴 대회를 끝마친다는게 정말 의미가 있었다. 항상 개인적으로 무언가 프로젝트나 대회를 준비하다보면 관심이 식어서 끝까지 가기 쉽지가 않았는데, 실행력이 넘치는 팀장과 좋은 멘토분을 만나 끝까지 좋은 열기가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 감사하다.
이것으로 2024년의 가장 큰 도전이 지나갔다.
이제 2025년, 전역의 해가 밝는다.
이 경험을 자양분 삼아 2025년에는 더 큰 도약을 이뤄낼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한 병장의 창업경진대회 기록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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